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마약의 도시'라는 오명이 붙었던 샌프란시스코가 점차 살아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을 살리기 위한 정책과 인공지능, AI 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시민과 관광객들의 인식까지 바꾸기엔 부족한 모습입니다. 박일중 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미국 서부의 관광 명소, 샌프란시스코 도심에 젊은 남녀 30여 명이 모여 있습니다.
케이블카가 지나는 이 길목에, 젊은 예술가의 창업 공간이 문을 연 것입니다.
[애쉬 허/티아트(TIAT) 대표 : "케이블카가 바로 밖에서 지나고, 교통량이 많은 곳에 있다는 건 정말 특별해요. 이 위치 덕에 미디어와 예술, 창의적인 기술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게 됐어요."]
형편이 어려운 젊은 예술가가 이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된 건 '빈 공간에서 활력으로'라는 모토를 내세운 시 당국의 도심 재생 사업 덕분입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도심에 빈 상가를 가진 건물주와 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을 연결시키는 게 이 사업의 골잡니다.
초기 임대료를 없애 누구나 창업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사이먼 버트랭/베이컨트 투 바이브런트 이사 : "우리 프로그램은 창업주가 위험을 지더라도 재정적인 위험은 없도록 설계됐습니다. 그래서 보조금을 주는 거고요. 창업주가 한번 해보자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여러 다른 일을 지원합니다."]
수익성이 입증되면 매출의 일정 비율을 임대료로 내는 장기 계약으로 전환됩니다.
[힐러리 패스먼/데블스 티스 대표 : "건물주들은 유명하거나 탄탄한 기업을 원했죠. 금전적으로나 매력 측면에서 소상공인에 관심이 없었죠. 그런데 이건 큰 기회였어요."]
이 사업 시작 3년 만에 서른 곳 넘는 매장이 도심에 열렸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장기 계약을 맺었습니다.
해마다 스무 개 이상의 매장을 여는 게 목표입니다.
[앤 토피어/샌프란시스코 경제노동개발국장 : "거리를 활기차게 하기 위해선 소상공인들이 필요하다는 게 분명해졌습니다. 이게 이 프로그램이 민간 투자의 촉매가 될 것으로 바랐던 것입니다."]
여기에 인공지능, AI 붐은 샌프란시스코의 부활에 강력한 날개가 되고 있습니다.
이 일대의 공식 명칭은 헤이즈 밸리입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시레브럴 밸리, 뇌의 계곡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수많은 AI 스타트업들과 개발자들이 모여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AI 업체들이 들어서면서 투자 유치와 인맥 형성이 수월해졌습니다.
카페에서는 일하는 개발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로비 라일리/브룩웰 창업자 : "그냥 네트워킹 행사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인맥을 꽤 쉽게 늘릴 수 있어요. 항상 재밌는 건 아니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 좋은 곳이죠."]
도심에 활력이 돌면서 마약 퇴치 운동도 힘을 얻었습니다.
악명 높던 '마약 시장' 자리엔 스케이트보드장과 탁구대가 설치됐습니다.
[대니얼 모어/시민 : "바로 저기 벽 건너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마약 과다 복용으로 죽었어요. 훨씬 좋아졌어요. 정말 도시 전체적으로 좋아졌어요."]
[팀 카사도/인근 주민 : "좋지 않은 곳도 있지만, 여기는 괜찮아요. 괜찮다고 느껴요. 여기 안전한 것 같아? (예.)"]
경찰의 단속도 강화되면서 각종 범죄는 코로나 19 대유행 전보다 줄었고, 살인율은 70여 년 만에 최저치입니다.
이런 변화는 밤거리에도 활력을 불어넣으면서, 주점은 자정까지 손님들로 북적입니다.
[케빈 디드릭/칵테일 바 매니저 : "더 많은 바가 문을 열면서 훨씬 좋아졌어요. 2022년에는 이 길에서 문을 연 단 한 곳이었지만, 정말 많이 좋아졌어요."]
하지만 '마약의 거리'로 불리는 텐더로인 지역은 여전한 골칫거리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위험하다는 텐더로인 지역을 둘러보고 있는데, 노숙자는 물론 한낮인데도 펜타닐을 흡입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밤이 되면 곳곳에 노숙자들이 모여듭니다.
[마르뇨 데이비스/관광객 : "밤에는 꽤 위험한 순간들이 있을 수 있어요. 항상 주의해야 하죠."]
[레베카/시민 : "귀중품이든 아니든 어떤 것도 눈에 보이게 두지 마세요. 모든 걸 숨기거나 챙겨가면 (차량) 유리 수리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겁니다."]
여전히 20퍼센트를 웃도는 도심 공실률 문제 역시 샌프란시스코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숙제로 남아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박일중입니다.
촬영:서대영/영상편집:그래픽/자료조사:최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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