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적인 전력난에 시달려온 북한에서 건설 규모로는 최대로 알려진 수력발전소의 준공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지난 2017년 착공한 단천발전소가 9년 만에 1단계 공사를 마무리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북한은 대규모 공사를 인력 강제 동원과 속도전에 의지하는데, 이 발전소, 과연 제대로 지어졌을까요? 또, 이곳에서 생산된 전기를 주민들은 이용할 수 있을지, 북한의 발전 현실을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18일, 북한이 전력난 해소의 핵심 사업으로 추진해온 단천발전소의 건설 1단계 준공식이 열렸습니다.
[조선중앙TV : "여기는 단천 1호 발전소입니다."]
박태성 내각 총리 등 북한의 주요 간부들이 참석해 준공식의 의미를 더했는데요.
[박태성/북한 내각총리 : "조국 청사에 당당히 기록될 대자연 개조 사업인 단천발전소 1단계 대상들을 준공하게 된 것은 참으로 의의 깊은 경사로 됩니다."]
북한은 이번 공사를 북부지역 수력자원 개발의 괄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했습니다.
[조선중앙TV : "단천 1호, 5호, 6호 발전소 건설이 완공됨으로써 북부 지대 여러 강하천의 물을 동해로 넘기는 최대 규모의 수력 자원개발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가 이룩되고..."]
단천발전소는 수원이 풍부한 양강도 삼수군 일대의 물을 동해안에 접한 함경남도 단천시까지 끌어와 전력을 생산하는 낙차식 수력발전소입니다.
북한은 단천발전소 건설을 위해 서해로 흘러가던 삼수군의 물길을 낙차가 큰 동해 방향으로 돌려야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백두대간을 관통하는 160킬로미터 규모의 수로 공사도 강행했습니다.
[조선중앙TV : "여기는 단천발전소 건설을 최단기간 내에 다그쳐 끝내는 데서 관건적 고리라고 말할 수 있는 물길 굴 건설 전투장입니다."]
1단계 공사에 투입된 인원만 10만여 명.
북한의 수력발전소 건설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알려졌는데요.
당국은 단천발전소가 국가 경제와 주민생활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단천 1호, 5호, 6호 발전소들을 훌륭히 일떠세움(건설함)으로써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또 하나의 튼튼한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단천발전소의 1단계와 2단계 완공에 따른 총발전용량을 원전 2기에 맞먹는 200만 킬로와트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1단계 목표로는 60만 킬로와트를 계획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발전이 실현 가능할지 의문을 제기합니다.
[윤재영/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 "북한의 기술이나 자본력의 한계 때문에 발전소 설비 용량이 대폭 축소됐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1단계 준공이 됐는데 정확한 설비 용량은 파악이 불가능하지만 대략 1호기, 5호기, 6호기 합쳐서 10만kW는 넘고 15만kW 이하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북한 최대급의 수력발전소 프로젝트라는 평가에는 못 미친다고 봅니다."]
단천발전소는 2017년 5월 착공 당시 2020년 10월 1단계 완공을 목표로 했습니다.
하지만 공사가 여러 차례 지연되면서 완공까지 9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요.
이 과정에서 압록강 물을 끌어다 쓰는 계획에 중국이 반발하면서 설계 규모가 당초의 4분의 1 수준으로 축소됐습니다.
준공을 앞두고는 설비에 심각한 고장이 발생했다는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의 분석도 제기된 바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제공하는 자재와 기술력, 나아가 유지·보수 역량까지 모두 발전량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됩니다.
[윤재영/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 "투입되는 설비나 자재들이 턱없이 부족하고 거기에 누수나 다른 설비 불량들, 그게 발전기나 수차나 도수로나 기타 모든 설비가 조금씩 부실하다면 그로 인해서 발전 설비 용량이나 발전량을 갉아먹는 측면이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북한의 수력발전 건설은 다른 건설 사업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인력 투입과 속도전 방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당의 부름이라면 산도 허물고 바다도 메울 충천한 기세로 산악같이 떨쳐나선 청년 돌격대원들은 연일 기적과 유훈을 창조해 나갔습니다."]
특히 청년들이 군인과 돌격대, 각종 조직 등의 동원 명목으로 발전소 공사에 활용되는데요.
[오경민/단천발전소건설사단 북성여단 : "총비서 동지께서 나라의 전력 문제 때문에 그토록 심려하고 계시는데 우리 청년들이 이럴 때 앞장에 서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저는 단천발전소 건설장에 자신의 청춘을 바칠 것을 다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들의 처우가 매우 열악해 부실 공사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북한 매체에는 이들이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맨몸으로 작업하는 모습이 소개되기도 했는데요.
과거에 다른 수력발전소인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에 아들을 돌격대로 보냈던 탈북민도 당시의 열악한 상황을 전했습니다.
[최송죽/탈북민 : "우리 아들이 돌격대 나가지 않았습니까? 백두산 영웅 청년 발전소에. 안 나가면 안 되니까.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도둑질. 배고프니까. 식량도 제대로 안 대주고. 북한에 뻔하지 않습니까? 집단생활 한다는 건. 어느 날 몇 조, 몇 조 이렇게 두세 명씩 조를 모아서 밤에는 전부 도둑질 나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김치 도둑질, 감자 도둑질 다니며 남의 집 창고를 털고 해서 도둑질해서 먹고살면서 배고픔을 이겨냈다지 않습니까."]
실제로 북한의 여러 수력발전소가 무리한 인력 동원과 속도전의 여파로 누수와 균열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이번 단천발전소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윤재영/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 "희천발전소든 다른 발전소든 건설 직후에 댐에 금이 약간 가고 누수가 되는 장면이 카메라에 찍힌 적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단천수력발전소도 크게 예외를 벗어나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은데 만약에 어디 하나 구멍이 난다면 그 구멍으로 힘이 집중되기 때문에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이 차 있는, 항상 압력을 받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남한이나 자유세계에서는 그런 일이 발생을 할 수 없고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큰일 날 문제가 되는 거죠."]
게다가 북한의 선전과 달리 수력발전소가 건설돼도 지역 주민들의 전기 사정은 나아지지 않는다고 탈북민들은 말합니다.
수력발전소의 혜택이 해당 지역의 기관이나 기업소 정도에 그치지 일반 가정까지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겁니다.
[최송죽/탈북민 :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라는 게 (양강도) 백암군 쪽에 발전소를 만든 거지 않습니까. 그 발전소 서고 우리는 저게 완공되면 전기를 본다. 어쩐다고 했는데 몇십 년을 (주민들을) 울리고 울리고 해서 성공해도 전기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 발전소 전기를 저희는 사용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기관 기업소 사람들도 평상시 말하는 게 전기를 생산하면 뭘 하나. 전기도 다 군수(산업)에 들어가겠지. 이렇게 말하는 정도입니다."]
최근 일부 가정의 전기 사정이 다소 나아진 것은 국가 전력 공급이 개선된 결과라기보다 주민 개개인이 소형 태양광 설비를 사용한 영향이라고 설명입니다.
[최송죽/탈북민 : "최근에 물어보니까 태양광이 많이 생겨서 개인 집들이 다 태양광으로 한단 말입니다. 수도에도 시내에도 불이 밝게 빛난다고 하는 게 전기를 주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랍니다. 태양광을 개인들이 자기 돈으로 설치해서 개인이 보는 전기란 말입니다."]
부실 시공 문제가 잇따르고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전력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북한이 여전히 수력발전소 건설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천발전소의 1단계 공사를 끝낸 북한은 이제 2단계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 : "오늘 북성여단의 지휘관들과 돌격대원들은 당 제9차 대회 사상과 정신을 높이 받들고 단천발전소 2단계 공사에서도 앞선 시공 단위로서의 위엄을 계속 떨쳐갈 열의에 넘쳐 있습니다."]
여기에는 북한식 자력갱생과 김정은 위원장의 치적 쌓기가 깔려 있다는 분석입니다.
[윤재영/한국전기연구원 연구위원 : "전력 부문에서의 자력갱생 원칙은 우리 땅에서 나는 자원을 활용하자는 거고, 그 결과 북한의 화력발전소는 북한 산지에서 나는 효율성이 낮은 석탄을 사용하고 거기에 풍부한 수력자원을 이용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자력갱생 원칙이 어떻게 보면 북한의 전력난을 심화시킨 한 가지 원인이 될 수가 있습니다. 수력이 주력이 되다 보니까 연도별, 계절별 강수량에 따라서 발전량의 편차가 크고 또 북한 자체의 어떤 부실공사 기술이나 자본력이 부족한 그런 측면이 더해졌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9년 만에야 1단계 준공을 마친 북한의 단천수력발전소.
하지만 전력난 해소보다 주민의 희생과 체제 과시의 민낯이 더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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